“축산강국부터 불모지까지 우리 기술로 살필 것”

“라이브케어를 해외 기업에 선보였을 때 처음 돌아온 반응은 ‘한국에서도 소를 키우냐’, ‘소 관리가 잘되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2011년 구제역 사태를 비롯해 한국은 가축 질병 관리가 서툴다는 인식이 있어 조금은 무시하는 느낌도 있었다. IT강국의 명성만큼 국내도 우수한 축산 ICT기술을 가졌음을 알리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의 손에 반주먹 크기의 캡슐이 들려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이 캡슐을 12개월 성우에 먹이면 캡슐이 소의 위에 안착, 내장된 센서로 생체 정보를 수집해 서버에 전송한다.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는 머신러닝 기반 분석을 거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의 건강 상태와 질병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쓰인다. 질병 관리뿐 아니라 발정, 수정 적기와 분만 시기도 예측해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이는 개체 번식에 따라 일년 농사가 좌우되는 축산농가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라이브케어는 2014년 국내 특허 취득, 이듬해 정식 출시와 함께 일본으로도 눈을 돌려 농림수산성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과 특허 획득에 도전했다. 그리고 올 3월 마침내 일본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어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파괴적 혁신 부문 선정을 계기로 이번 5월에는 소프트뱅크와 호주 총판 계약을 맺고 와규·젖소 시장 진출에 나선 참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를 비롯 소프트뱅크측이 추구하는 기술이 모두 융합된 덕에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을 끌어내는 데 유리했다”는 것이 김희진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만들고 상용화하기까지는 꼬박 5년의 시간이 걸렸다. 목에 걸거나 몸에 붙이는 장치는 이미 현장에서 쓰이곤 있었지만 탈착이나 통신 문제를 해소할 경구 투여형 바이오캡슐은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고 지금은 잘 알려진 IoT, 빅데이터, 머신러닝도 생소한 때였다. 또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를 이용자에게 보여준다’는 얼핏 간단하게 들리는 서비스조차 AI 알고리즘부터 DB화, 앱, 백엔드 단위를 비롯 개발할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소의 생체 정보를 분석하는 만큼 생리적인 영역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김희진 대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IT를 접목해봤기 때문에 축산업과 ICT 기술을 융합하는 것에도 선뜻 도전할 수 있었다”며 “몇개월간 농장에서 합숙하며 직접 소를 관찰하고 공부했다. 지금도 대화만 하면 이 사람이 소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면서는 나라마다 통신 인프라가 다르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라이브케어가 현재 활용하는 통신망은 IoT기기 전용이라 불리는 저전력 중장거리 통신 ‘로라망.’ 국내의 경우 2016년부터 로라망이 전국적으로 구축됐지만 해외는 상황이 달랐다. 게다가 호주처럼 완전방목형 사육이 일반적인 곳에서는 몇배 넓은 커버리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통신 방식은 지금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밖의 지역도 커스터마이징과 검증 단계를 거쳐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물론 로라망이 이미 구축된 지역에는 바로 수출이 가능하다.”

고객 접점과 이용자 경험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축산 농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지역 총판을 마련하고 지자체 대상 영업에 나서는 한편 통합관제센터 지역별 전담 요원을 통해서는 밀착 관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 복잡한 수치를 직접 보여주는 대신 단계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면 빨간색으로 표시하거나 임신 중인 소에는 간단히 하트 표시를 붙이는 등 직관적인 UI를 개발해 거부감 없이 쉽게 앱을 이용하도록 돕고자 했다. 김희진 대표는 “세계적으로 스마트팜 분야 투자와 지원이 늘어난 데다 2세 경영이나 귀촌 가구가 늘면서 IoT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농가가 많아졌다. 아직 농장 일이 익숙하지 않거나 노하우를 전수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젊은층이 특히 도움을 받는다더라”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돕기도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우 외에 다른 품종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 있는지 묻자 김 대표는 당분간은 해외진출과 국내 기술 홍보에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별다른 마케팅 활동이 없었음에도 국내 출시 이후 영문화 기사를 본 일본과 중국, 브라질 기업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와 해외 모두 많다는 뜻이다.” 김희진 대표의 판단은 일본, 호주를 비롯 축산 선진국에 우선 진출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면 그 밖의 지역에도 서비스 수요가 쉽게 확산된다는 것. “지난해 덴마크 정부와 유럽 법인 설립, 초기 진출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이를 기점으로 유럽 더 나아가 미국과 브라질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끝으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축산 부문 ICT 융복합시스템 과제 주관기관 선정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과제를 통해 유라이크코리아는 UAE에 진출, 현지 실증 사업을 비롯 1년 9개월간 스마트축산 기술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얼마 전 방문한 UAE 대표단에 라이브케어를 시연하기도 했다. 김희진 대표는 “사실 중동 지역은 축산업이 발달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니즈도 크지 않아 회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우수 기술을 알릴 기회인 동시에 축산 ICT 저변을 넓힐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어디서든 우리가 가진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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