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슈퍼앱이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서비스 비결

우버(Uber)의 초기 멤버들이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던 2009년, 하버드에서는 우버의 사촌 격이었으나 곧 경쟁자가 된 승차 공유 서비스들을 만든 예비 창업가들이 모여 MBA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있었다. 바로 동남아의 그랩(Grab)과 고젝(Gojek)의 이야기다.

그랩의 설립자인 앤서니 탄(Anthony Tan)과 후이 링 탄(Hooi Ling Tan, 가족 관계 아님)은 말레이시아 국적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재학 중 사업 계획 대회 참가용으로 그랩의 초기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랩은 이제 동남아시아의 10개국 내 급성장하는 10개 아세안 도시에서 우버를 제치는 성과를 보이며 승차 공유 서비스 전쟁의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또 다른 학생은 다른 방법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나디엠 마카림(Nadiem Makarim)은 MBA 과정 중 원격 회의를 통해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고젝을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된 고젝은 초기에는 승차 공유 서비스만을 제공했으나, 이제는 마사지 테라피부터 영화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고젝은 최근 이커머스 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의 합병을 발표, 인도네시아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금액의 거래의 주인공이 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공시: 골든 게이트 벤처스(Golden Gate Ventures)는 루마 마판(Ruma Mapan) 인수를 통해 Gojek의 소액주주가 되었으며. 고젝의스핀아웃 서비스인 고플레이도 투자한바 있다.) 그리고 약 10년이 지난 지금, 고젝과 그랩은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는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인 ‘데카콘(decacorn)’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뉴욕과 아시아 거래소에서 이중 IPO를 앞두고 있다.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모바일 스크린 상 차량 호출 앱으로서는 우위를 선점하고 있지만, 고젝와 그랩은 소비자의 스마트폰 상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차량 공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외 서비스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그랩과 고젝은 각각 미국 시장에는 볼 수 없었던 ‘슈퍼앱’ 콤보 상품, 소비자가 사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판매하고 결제하는 잠재적 출입구 역할의 결제 앱을 뜻한다.

[고젝의 험난했던 여정]

고젝은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CEO의 상황과 인도네시아 인터넷 사정을 고려한 ‘최소한의 로우-테크’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벤처 기업 형태로 2010년 설립된 기업이었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내 ojek (오토바이) 운전자의 승차 예약을 위한 전화/트위터 콜 센터 운영으로,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성장성은 낮았지만 운전자와 고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경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며 고젝은 사업 확장을 위해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재출시를 결정했다. 전임 CEO로 근무를 시작한 마카림은 앱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파악, 내부 인원을 충원하는 대신 앱 개발 전문 회사인 아이스 하우스 인도네시아(Ice House Indonesia)와 계약을 맺는 다소 기상 천외한 전략을 택했다. 이러한 불확실하고 이상해보이는 전략에도 불구, 고젝은 실전에서 겪어본 고객 경험을 바탕과 인도네시아의 시장 규모 확장을 기반으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7천만 명 이상으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중요한 시점에 고젝이 온라인 플랫폼 회사를 만들기 위한 기존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특히 눈에 띄는 점이다. 정석대로 플랫폼을 출시하는 방법은 한가지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한 다음, 점차적으로 다른 서비스로 확장을 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Amazon) 은 온라인 기반 서점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4년 뒤 음악과 비디오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했으며 우버(Uber)는 설립 5년 뒤 우버 이츠(Uber Eats)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고젝은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이미 한 가지의 사업 대신 ‘최소 기능 제품 모드(minimum-viable-product)’를 통해 서비스의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기존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음식 배달, 장보기 서비스, 처방전 및 약품 배달 등과 결합되는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고, 현재 핵심 서비스가 된 결제 기능은 2016년 4월 추가되었다. 기존의 오토바이 부대에 자동차와 밴 운전자들이 합류하기 시작하며 더욱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크린샷, gojek>

오토바이 이외 더 많은 교통 수단을 확보한 고젝은 지역 내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맺어 수많은 서비스 옵션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젝은 마사지 치료사 서비스, 청소 서비스 등 전문가의 서비스나 물품을 즉시 집으로 보내주는 분야와 트럭을 빌리는 일이나, 길가에서 자동차 수리공을 급하게 불러야 할 경우에도 고젝을 사용하면 되는 등 일상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한 뒤 그 중 효과적인 서비스만을 남기는 ‘프로토타입 전략’을 사용했다. 전략의 결과로 고젝은 세 개의 슈퍼앱을 중심으로 약 20개의 제품군이 모인 실질적인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라인업에는 토코피디아와의 합병을 이끄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서비스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 결제 앱인 고페이(GoPay)에는 보험, 투자 등의 금융 상품이 포함된다.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와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과 사업 그룹은 부분 분사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고페이의 투자자 명단에는 결제 관련 거물 기업인 페이팔(Paypal), 페이스북(Facebook) 그리고 구글(Google)이 올라와 있다.
  • 고젝의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플레이(GoPlay) 앱은 아시아 장편 영화와 비디오 에피소드,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Netflix Originals)의 이름을 차용한 고플레이 오리지널(GoPlay Originals)을 스트리밍하고 있다. 고플레이 오리지널 작품에는 미국 십대물 콘텐츠 시리즈인 가십 걸(Gossip Girl ), 인도네시아의 유명 영화의 스핀오프 작품인Filosofi Kopi (Philosophy of Coffee): The Series 등이 있다.
  • 고젝과 토코피디아의 합병으로 인해 고투(GoTo)라는 대규모 기업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알리바바는 토코피디아에 투자를, 텐센트(Tencent)는 고젝의 지분을 보유중이기 때문에 고투는 상장을 위해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중국 대기업 두 개사를 공동 후원자로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젝과 그랩은 합병가능성이 커 보였으나 상호 협상이 결렬되었다. 그랩은 고젝 대비 서비스 종류 수는 적지만 우버와의 경쟁에서 이긴 차별적인 접근 방식으로 볼 때 아세안 지역 내 그 영향력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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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의 성공 공식]

우버 대비 고젝의 강점이 교통 체증에 유리하고 승차 비용이 저렴한 오토바이를 활용한 것이었다면, 그랩의 강점은 다국적 시장의 성장 트렌드를 현지화에 집중한 것에 있었다. 그랩은 세계화와 현지화 간의 미묘한 균형을 찾아 사업을 하는데 가장 어렵다는 문제, 즉 결제 금융 서비스를 해결했다. 결제 시스템은 훌륭한 잠재적 수익원일 뿐만 아니라 고객과 지출 패턴을 알 수 있는 데이터 소스로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 데이터 마이닝은 추후 개발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의 마케팅 목표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Grab>

2012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시된 그랩은 출시 초기부터 규모 확장이 목표였던만큼 창업 첫 해에 마닐라와 싱가포르에 진출한 뒤 시장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 그랩은 아세안 10개국 중 8개국의 약 300개 대도시(예: 방콕 및 호치민시) 지역 뿐만 아니라 베트남 벤째(Ben Tre )및 말레이시아의 타와우(Tawau)등 인구 수 100,000명에서 500,000명 사이인 지역 거점 도시에도 진출해있다.

그랩은 진출한 새로운 시장의 택시 운전사와 차량 소유자에게 자사를 외국에서 온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포지셔닝, 그랩은 요금을 더욱 효율적으로 벌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피력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갔다.

그랩은 우버는 제공하지 않는 현금 결제 기능을 탑재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한때 택시를 타기 꺼려했던 도시에서도 안전과 신뢰성을 강조하며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또한, 우버는 미국에서와 같이 격주로 운전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 반면, 그랩은 아시아 지역의 승객들은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운전자의 경우 매일 현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금액의 주간 급여를 운전자에게 선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그랩페이 앱으로 수령할 수 있는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랩은 진출한 각 시장에서의 현지 투자자와 현지 기술 및 관리 직원을 채용하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이 부분은 우버가 미국으로부터의 자본 조달 및 미국인 직원을 현지로 데려온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지 투자자들은 그 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려운 승차 공유 법규 파악 및 결제 라이센스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랩에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그랩은 현지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필리핀 시장에 안착했으나, 고젝은 2019년 필리핀 정부로부터 승차 공유 라이센스를 취득하는데 실패했다. 싱가포르에서 정부 연계 펀드인 Vertex는 상당한 초기 자본과 도시 국가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그랩에 제공했으며, 그랩은 본사를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해 풍부한 인재 풀을 확보했다. 공공 자본뿐만이 아니다. 그랩은 그리고 많은 지역의 부유한 재벌가로부터 투자 자금을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중 일부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랩이 샹그릴라 호텔 체인 소유주와의 밀접한 관계를 통해 호텔 주요 픽업 레인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을 예시로 들을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다]

그랩은 대규모의 글로벌 후원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중 주요 투자자로는 소프트뱅크와(SoftBank)와 우버가 있다. 심지어 우버는 동남아 지역에서 철수할 시점, 아세안 지역 내 자산을 그랩의 주식으로 바꾸기 까지 했다. 그랩과 코젝-토코피디아 기업이 IPO를 통해 현금 자금력을 확보한 뒤 보일 경쟁 양상은 앞으로도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 두 회사의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향후 슈퍼앱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랩의 슈퍼앱 규모는 고젝보다는 작지만, 핵심 기능인 결제 및 금융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젝의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여기의 핵심은 결국, 어떤 것이 ‘관심을 끄느냐’이다. 즉,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가 사람들의 첫 화면에 앱을 표시하게 만들고,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도록 만드는 방법 인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고투 합병이 고젝의 포트폴리오에 온라인 쇼핑을 추가하게 된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랩과 고투는 몇 가지 급성장하는 배달 서비스에 기반한 슈퍼앱 플레이를 통해 승차 공유 및 기타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비즈니스 영역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모빌리티와 승차 공유 시스템은 제품을 판매할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상품으로서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동남아 기반 수퍼앱은 결제 및 금융 서비스를 결합 판매로 제공함으로써 우버 보다 혁신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랩과 고젝은 기존의 승차 공유 앱은 택시 승강장에 쓸쓸히 남겨둔 채, 새로운 목적지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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