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을 잘하면 협상도 잘 될까?

 

3년 전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한 A B.
초창기엔 뭐 조직이랄 것이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각각 기획 마케팅과 개발특화를 책임져 보기로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서비스 방향성이 틀어질 때마다 충돌이 생기고 이젠 서로 밀당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도 2박3일을 싸워야 한다. 기껏 우선 순위를 정해도 이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서로 관점이 다르기에 충돌은 끊임없다.

누구나 그렇듯 갈등은 우선 대화로 풀어본다. 먼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다. 당연히 AB도 두 달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려 애써왔다. 그런데 두 달 동안 나눈 대화 속에서 왜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는가?

자, 이번 기회에 설득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설득과 협상은 무슨 관계인지, 그리고 협상 시에는 어떤 화법을 구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첫번째, 설명한다는 것은 꼭 설득인가?

설득에 대한 명백한 착각은 내가 논거를 가지고 세게 주장하면 상대방이 이해해 줄 것이라는 것. 설득이 안되었다고 하면 “네가 제대로 설명을 잘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반만 맞다.

설득은 내 주장을 세게 펼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잘 건드려질 때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 내 입장뿐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하며, 2.정보의 나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맥락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컨텐트(말) 자체보다 컨텍스트(맥락, 입장, 의미)가 어필될 때 설득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A : “이제 대기업과의 제휴를 위해 서비스 방향을 틀어야 하니 마케팅에 우선 순위를 두고 a, b, c로 가져가는 게 좋죠.”
B : “그건 개발자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변별력이 없어요.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려면 x, y, z가 맞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것. 첫 번째, 내가 내 입장에서만 주장하고 있지 않나 돌아보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과 의견의 나열 뒤에는 반드시 이를 맥락적으로 다시 풀어서 설명한다.
그러니까 a, b, c는 B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x, y, z를 기술측면이 아닌 상업적, 마케팅적으로 풀자면, 다시 말해 A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기억하자. 설득이 잘 되려면 결국 그것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가가 어필되어야 한다.

  • 두 번째, 설득은 그럼 협상과 무슨 관계인가?

AB는 한 달 뒤에 다시 찾아온다.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설득되지 않아요. 다시 시간만 흘렀어요.”
그렇다면, 설득으로는 당신이 겪는 갈등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 서로 협상할 차례다.
“예? 설득을 잘 하는 것이 협상을 하는 것 아니었나요?”

꼭 그렇지는 않다. 왜? 설득은 협상과 엄연히 다르니까.

물론 내 제안, 내 주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논리적, 정서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있어 설득적 대화는 분명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내 제안이 수용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은 제 주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설파하는 것이 아니다. 협상하려면 본격적으로 서로 주고받을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내가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이 먹힐 때까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제안 대신에 그걸 내 이해관계에 맞춰 보완한 역제안을 하고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가는 노력의 과정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상대방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하는 trading이다. 협상은 얻기 위해서 주는 것이다. (Give to Get)

협상을 위한 고유의 화법, 즉 협상적 대화는 이런 것이다.

서로 원하는 것을 교환하는 것이 협상의 정의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길 바라며, 덧붙여 협상적 대화를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수사법 하나를 알자.

  • 세 번쨰, “If you… then I will..”     (만약 당신이 ~해준다면, 내가 ~해주겠다)

5살짜리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양배추를 먹으라 해보자.
“예”하며 조신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난 후 양배추를 먹겠는가? 여지없이 아이스크림만 먹고 도망가 버린다. 어떻게 물어야 할까? ’양배추를 먹어야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해야 한다. 협상 시 제안을 할 때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조건에 대해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 먼저 내가 내어 줄 것을 오픈하고, 그에 따른 전제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아, 제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여, 협상은 언제나 “조건제시 후 제안”인 형태가 좋다.

“만약 당신이 A를 해주면 내가 X를 해주겠다.”
“당신이 B를 수용한다는 조건이면 내가 Y를 수용하겠다.”
“x, y, z가 선행된다는 전제하에, a, b, c를 수행하겠다.”

정리해보자. 설득과 협상은 엄연히 다른 갈등의 해결방안이다. 설득을 잘 하면 협상에도 도움된다.
하지만, 본격적인 협상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협상에는 협상을 위한 고유의 화법이 있다.


본 칼럼은 벤처스퀘어의 입장이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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