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부터 반려동물·골프까지, 위축된 IPO 시장 살리는 업계

국내 증시가 연이어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시장도 위축되는 추세다. 최근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 상장 철회 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당분간 IPO 시장의 기류는 냉랭할 전망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IPO 시장에서도 산업의 탄탄한 성장세와 독보적인 심층기술 등을 무기 삼아 ‘진격’하는 업종들이 있다. 골프·반려동물 시장과 같이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이 동반 성장하며 산업 발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거나, 여론 흐름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 등을 지닌 딥테크 시장은 도리어 옥석으로 주목받을 기회를 엿보며 투심 공략에 나서는 추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 이후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IPO 과정에서 수익성, 성장성 등을 더욱 보수적으로 분석하는 기조도 강하다”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을 입증받거나 해당 시장 내 유사기업 진입이 어려운 독보성을 지닌 기업이라면 도리어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이은 골프업계 IPO 소식… 2030 소비 ‘큰 손’이 이끈 성장성에 주목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렸다고만 여겨졌던 골프산업의 성장세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1년 골프장 이용객수는 약 5056만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 또 스크린골프 사업을 주로 전개하는 골프존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며 주목받았다.

특히 강한 소비주체로 불리는 MZ세대 골퍼가 증가하면서, 골프가 나를 위한 소비 및 투자 욕구와 코로나19 확산기 당시 새로운 친목 활동과 취미를 갈망하던 이들의 취향을 저격해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리오프닝주 등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는 가운데, 더 큰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골프 관련 종목의 유망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여론과 성장세에 힘입어 골프용 거리측정기 분야 선도 기업 브이씨는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데 이어 골프존카운티도 올해 8월 코스피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1위 골프용품 유통 전문기업인 골프존커머스도 5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기술주 위기? 분야 내 독보성 갖춘 기술은 도리어 높은 성장 기대

최근 큰 성장세를 이어왔던 기술주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위기론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코로나19 확산세 약화로 감소한 플랫폼 서비스 관련 수요, 그리고 인플레이션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인 악재 등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독보성과 차별성을 갖춘 기술주에 대해서는 계속 유효할 것이라는 주장도 크다. 불안한 증시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기술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천기술이나 심층기술 보유로 경쟁력이 뚜렷한 업종 및 기업들은 각 분야 지배력이 강해 투심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추세는 주요 테크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의 IPO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는 지난 4월 말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퓨처플레이도 최근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 연내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블루포인트는 바이오 플라즈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최근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준비에 나선 플라즈맵 등 심층기술(딥테크) 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230여개의 탄탄한 포트폴리오사를 보유, 상장 이후 투자 가치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탄탄한 실적 또한 그 바탕이 된다. 작년 매출액은 2020년 대비 2 배 증가한 385억 원을 기록, 순이익은 전년 대비 3.6배 높은 225억 원을 달성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원천기술 및 심층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들은 해당 시장 내 유사기업 진입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진출도 용이해 경쟁력이 뚜렷하다”며 “통상 최종 엑시트를 IPO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뿐 아니라 기술 중심의 스몰딜, 다양한 산업 및 기업과의 M&A 등 비즈니스 기회가 폭넓기 때문에 수익 유지에 대한 리스크도 분산할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회수할 때 훨씬 더 안정성이 높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6조원 전망’… 반려동물 시장 향한 투자 가치 기대도 뜨거워

반려동물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인정받으며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 지 오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오랜 팬데믹으로 인한 ‘집콕’ 대중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문화 등이 자리매김하며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및 진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펫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주요 기업들의 IPO 소식과 투자 유치 등 열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펫푸드(반려동물 사료) 전문 업체 오에스피는 지난 4월 말 상장예심을 청구, 작년에 이어 다시 IPO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료 등 펫 푸드 영역은 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 반려동물 산업 내 유망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및 인수 행렬도 투자 가치와 성장성 입증에 기여하고 있다. 핏펫은 최근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펫프렌즈는 작년 7월 IMM PE와 GS리테일로 인수되면서 약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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