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구하고, 돈도 벌고: 소셜벤처 프런티어열전

“소셜벤처(사회적기업)가 뭐야?”
“기업은 존재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는 거 아냐?”

기업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수요를 시장의 법칙에 따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적 수요가 없으면 애당초 생겨날 필요도, 생명을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그런데,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룰에 따라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되면서 자연파괴와 자원고갈로 인류의 존속을 어렵게 하는 징후들이 생겨났고, 종래와는 다른 모습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했음직한 문제들을 기업이 나서 해결하고, 이윤도 창출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내는, 소위 소셜벤처라 불리는 회사들이다. 오염된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저개발국 사람들이 거대한 정수시설 없이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는 휴대용정수빨대 “LifeStraw”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소셜벤처들은 성장위주의 패러다임 속에 공존의 가치를 확산시켜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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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로 만든 버섯재배키트, 꼬마농부 이현수대표

2년 전, 시장분석전문가들은 ‘대한민국카페시장’은 포화되어 내리막길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카페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원두시장의 주요한 소비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커피전문점들이 커피를 내릴 때 사용되는 커피콩은 0.2%에 불과해, 99.8%의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는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땅속에 매립되어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메탄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버섯키트를 만들어 자원재활용과 환경오염감소에 수익창출까지 해내고 있는 이가 바로 이현수대표다.

본래 소셜벤처인큐베이팅 회사에 다니며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일을 하던 이현수대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능성의 씨앗을 발굴하는 대신 직접 소셜벤처를 일궈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의 커피찌꺼기가 눈에 들어왔고, 이렇게 쌓여가는 커피찌꺼기를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커피찌꺼기로 농사를 짓는 미국청년들이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됐다. 이대표는 바로 그 친구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영업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싸늘한 대답이었다. ‘궁하면, 통한다’했던가. 이현수대표는 골방에 틀어박혀 관련 서적을 뒤져가며 커피찌꺼기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커피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넣고 발아시킨 뒤 어떤 환경에서 느타리버섯이 가장 잘 자라는지 관찰하기를 1년여. 1년여의 골방탐구생활 끝에 이대표는 최적의 배합조건, 배양일수, 습도를 찾아 버섯재배키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탄생하게 된 버섯재배키트를 세상에 내보이자,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경재앙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늘어가게 되었다. 특히 버섯친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이다. 아이들이 조그만 버섯키트에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줘 그 안에서 커다란 버섯이 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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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쓰고, 절약하는 카셰어링서비스, 쏘카 김지만대표

가정에서 사용하는 승용차는 사용하는 시간보다 주차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더 많다. 출,퇴근이나 나들이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차를 소유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사용시간과 무관하게 차량유지비는 물론 보험료와 세금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요구된다. 차량의 소유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비용이라는 문제로 인식되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이라는 인류공동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물론, “차를 빌려쓰는” 렌트카서비스는 일반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장기렌트카는 자동차 소유의 변형일 뿐이고, 일반적인 렌트서비스는 일시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소유를 대체하지 못한다. 이 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나타난 해결방법이 카셰어링 서비스다.

카셰어링서비스는 사용시간을 시간별로 세분화하고, 반납장소를 확대해 사용이 종료한 지점에서 반납할 수 있도록 하고, IT기술을 이용해 관리비용을 낮춰 저렴한 비용에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공유서비스다. 1980년대에 스위스에서 처음 선보인 카셰어링서비스는 미국에서 ZipCar의 성공을 통해 대중적인 확산가능성을 증명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셰어링카 1대는 12.5대의 승용차소유를 대체할 수 있고, 자동차 소유에 따른 비용을 연간 340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카셰어링서비스는 좁은 지역에 밀집되어 살아가는 우리나라에도 적합해 여러 회사들이 서비스제공에 나섰고, 그 중 쏘카는 제주를 지역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는 여행객이 많아 차량대여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가 높을 뿐더러, 대중교통시스템이 취약해 현지인들의 자동차 소유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시간당 9.900원으로 차량을 대여하는 쏘카는 제주지역에 쏘카존 20여개를 확보해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면서 제주생활을 시작하게 된 쏘카의 김지만대표는 스마트폰과 SNS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모델의 탄생에 주목하던 중 6년간의 제주생활을 통해 제주의 가계소득과 물류비용, 지역사회특성상 제주가 카셰어링서비스를 실현해 보기에 적절한 곳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대표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카셰어링서비스를 인식시켜 가는 것에서부터 제도적인 문제점을 해결해가는 것까지 해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지만, 쏘카가 확보한 승용차로 카셰어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해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승용차를 함께 사용하는 P2P서비스까지 확대해 제주를 공유경제의 허브로 만들어갈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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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공유경제 일궈가는 새내기 기업가들

실리콘밸리의 투자가들은 세상의 흐름을 투자의 관점으로 파악한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그들이 요즘에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나 관심을 둘법한“공유경제모델”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공유경제는 옷이나, 집, 차, 공구들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서 쓰는 것을 모델로 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을 내용으로 한다. 위에서 소개한 쏘카가 공유경제의 모델의 전형이고, 미국에서는 카셰어링서비스 Zipcar뿐 아니라 집을 비우는 동안 여행객에게 집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AirB&B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공유경제모델이 대중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공유경제모델”을 실현하는 기업으로는 작아진 아이 옷을 교환하는 서비스 키플과 AirB&B의 우리나라 버전인 B&B히어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공유경제의 흐름에 동참하는 다양한 기업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대학기숙사를 여행객숙소로, 돔서핑 김태연

평소 방학이면 여행을 즐기던 대학생 김태연은 코레일에서 대학생들에게 판매하는 저렴한 열차티켓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막상 여행길에 오르고 보면, 가장 큰 난관은 숙소였다. 홀로여행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옥스퍼드대학을 여행하게 되면서 대학이 방학 중 비어있는 기숙사를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고 그 수익금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본인이 평소 여행 중 품고 있던 갈증과 아쉬움을 단번에 해결해내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김태연은 이 놀라운 시스템이 반드시 우리나라에서도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에 청와대를 비롯해 유관기관과 단체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왜, 이 좋은 아이디어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지?”아쉬움과 분함을 품고 씩씩대던 김태연은 급기야 ‘내가 직접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넘어야 할 제도적, 현실적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지만, 돔서핑은 1000만 관광객시대에 이르러 객실대란을 겪고 있는 서울시의 관심을 끄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유관기관과 협의하며 실타래를 풀어가고 있다.

함께 먹고, 배우고, 채우는 소셜다이닝 집밥 박인

외국생활을 오래한 덕에 세계여행을 즐기던 박인은 여행 중 숙소문제를 현지인들이 여행자들에게 자신의 남는 공간을 내어주는 “카우치서핑”이라는 서비스로 해결하곤 했다. 그러던 그녀가 직장생활의 팍팍함에 짓눌려 숨통을 찾을 무렵, 카우치서핑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낸 Air B&B의 성공을 전하는 기사를 읽어내려가며 그녀의 머릿속에는 섬광같은 깨달음이 스쳐지나갔다.“아, 돈을 벌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하구나!”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경제모델을 만들어내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그녀가 선택한 아이템은 오랜 기간 객지생활을 하면서 그리워하던 집밥에 대한 향수였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사업이 소셜다이닝 집밥이다. 집밥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은 소셜다이닝 집밥 사이트에 시간과 장소, 메뉴를 올리고, 이를 함께 즐기고픈 사람들은 참가를 신청하면 된다. 따뜻한 밥을 매개로 해서 사람들이 모이고, 정을 나누고 지식과 경험, 위로를 나누는 것이 소셜다이닝 집밥의 사업모델이다.

빌려 쓰고 나눠쓰는 소셜대여플랫폼, 원더랜드 김재환

마을 아낙들이 동네개울에 모여 빨래를 하던 시절에는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동네 소식은 빨래터를 통해 온 동네에 퍼져나가게 되는 터라. 그렇게 소식을 전하던 시절에는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은 빌려 쓰고, 나눠 쓰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에 이르러 개인화가 사람들을 섬 안에 가두게 되면서,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창고에 쌓아두고서도 나누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효율의 과잉시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시대의 도래로 안 쓰는 물건을 나눠 쓰고, 바꿔 쓰기 위한 소통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소셜대여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재환은 온라인상의 소통을 통해 물건을 바꿔 쓰고, 빌려 쓰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딸린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언제가는 반드시 창업을 해보리라’는 다짐이 공유경제모델의 성공사례를 접하면서 용기를 얻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비전을 실현해가야 하는 터라 사업을 함께 진행할 동업자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쉽지 않은 고비를 넘겨야 했지만, 내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만족을 얻게 될 소비자들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옷장을 열어 정장을 나누는 열린옷장, 한만일, 윤정용

“정장은 비싸다. 누군가의 옷장 안에는 입지 않는 정장들이 걸려 있다. 일시적으로 필요한 정장을 대여할 수 있다면?“ 이 같은 고민을 바탕으로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열린옷장이다. 열린옷장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한만일과 윤정용은 희망제작소가 진행하는 ‘SDS(소셜디자이너스스쿨)’라는 사회혁신기업가학교에서 만났다. 대학시절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을 했던 한만일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사회적 가치창조“의 꿈을 품어왔고, 윤정용은 대기업의 안락에 품에서 생활하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직장생활에서 희열을 느낄 수 없다면 벗어나자“는 결심으로 SDS를 찾았다. 한만일과 윤정용은 열린옷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사회적 자원이 잉여에서 결핍으로 흐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이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글: 오이씨
출처: http://oecenter.org/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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